Piano Man (feat. 슈퍼밴드 황린팀)더 몰입해서 들어보기.

piano man을 듣고 상황을 상상해서 한번 적어본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맨 아래 링크해놓은 황린팀의 piano man을 들으시면 더 몰입해서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재미있게 봐주세요. :)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밝게 타오르던 태양이 산 너머로 넘어갔다.

산이 만들어 내는 그림자는 점점 커지더니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며 서서히 어둡게 적셔가고 있다.

 

'연주가 생각보다 별론 데요? 다른 곳 알아보세요.'

 

수 없이 반복된 하루.

평생을 준비한 나의 연주는 10분 만에 별것 아닌 취급을 받고 만다.

 

태양과 함께 이제 막 물러가기 시작한 더위는 아직도 가득 남아 나를 짓누르고 있다.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하나둘씩 조명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퇴근하는 사람들의 발소리,

회식을 가는 회사 직원들의 소란스러운 소리,

사람들을 호객하는 음악소리, 말소리.

 

태양이 지고도 사람들은 많고,

빛도 많지만,

거기엔 내 자리가 없다.

 

 

 

도망치듯 골목으로 들어가 다시 골목으로 들어간다.

 

어둡다.

여전히 덥고 습하다.

 

심지어는 무언가 썩어버린 냄새가 느껴지고, 기침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왜인지 안심이 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는 것일까.

점점 더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느껴지는 안락함.

더 편안한 마음을 얻기 위해서 안쪽으로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곳에 있는 작은 술집.

못이 여기저기 튀어나와 있는 조그마한 나무집이다.

 

주변엔 가로등이 하나도 없는데,

이 가게 앞에만 노란 불빛을 내는 가로등이 하나 놓여있다.

무너질 것처럼 생긴 집에 밝지 않은 불빛을 쬐니 작은 생기가 도는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이런 곳에 술집이 있을까.

 

가까이 다가가 보니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무 틈 사이로 비쳐 나오는 불빛을 보니 영업은 하고 있는 것 같다.

 

문 앞에 서니 먼지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던 간판이 보인다.

 

'술집'

 

간단하고 명확한 간판.

마치 내 마음을 알고 술 먹으러 들어오라 말하는 것 같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보이는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고 따뜻한 분위기였다.

듬성듬성 앉아있는 사람들은 전부 혼자서 왔는지 아무도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그렇구나

 

나와 같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 것이다.

 

저벅저벅 걸어가 빈자리로 향한다.

검은색 구두와 바닥이 만날 때마다 또각 거리는 소리와 나무가 휘어지는 소리가 같이 난다.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기다렸다는 듯이 맥주를 한 컵 건넨다.

살짝 마셔보니 향긋하고 씁쓸한 것이 묘할 정도로 내 기분에 잘 맞다.

 

 

 

한참을 맥주를 즐기며 고독을 씹고 있을 때 천천히 가게가 붐비기 시작했다.

시간을 보니 벌써 9시가 넘었다.

 

갑자기 탁자에서 경쾌한 타격 소리가 들리기에 쳐다보니 한 할아버지께서 내 테이블에 진토닉을 내려놓으셨다.

 

"고독한 날에는 맥주보다 진토닉이 더 잘 맞지."

 

깔끔한 바지에 셔츠를 입으신 할아버지는 나에게 내민 진 토닉 말고도 한 손에 자신을 위한 진토닉을 들고 있었다.

합석을 물어보지는 않고 자연스럽게 내 옆자리에 앉는다.

 

"피아노를 치나?"

 

허스키 하지만 따뜻함이 머무는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그제야 내 옷을 보니 검은색과 하얀색이 고급스럽게 어우러져있는 턱시도를 입고 있다.

 

"네. 클래식을 전공했습니다."

 

그 사이 맥주의 마법 때문에 마음이 녹았는지 내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그럼 저기서 피아노 좀 쳐주게, 옛날 추억 좀 되살리고 싶어서 말이야."

 

당황스러운 주문이다.

뒤를 돌아 홀의 한쪽 편을 보니 낡은 업라이트 피아노가 놓여있다.

 

클래식밖에 쳐본 적 없는 사람이 갑자기 술집에서 피아노를 치다니.

술집 노래 같은 건 잘 모른다.

 

그리고 저 피아노가 잘 작동이 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머뭇거리고 있을 때 할아버지께서 자리에서 일어나시며 나에게 이야기하신다.

 

"진토닉 값은 해야 할 것 아니겠나? 옛날에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쳤던 곡을 쳐주게."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개를 돌려 나를 쳐다본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들렸기 때문일 것이다.

나를 쳐다보는 눈에는 고독과 동시에 기대가 함께 있었다.

 

기대감.

얼마 만에 느껴보는 표정이던가.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일어나 피아노 앞으로 다가갔다.

피아노의 뚜껑을 열자 노랗게 색이 바랜 건반들이 눈에 들어온다.

 

많은 사람들의 손을 지나쳐온 건반 위로 내 손을 올려본다.

그랜드 피아노의 냉철함과 차가움은 없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만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 상의 턱시도를 뒤로 빼 정리한다.

 

내가 칠 수 있는 곡이 뭐가 있을까?

 

옛날 곡을 생각하다가 내가 어릴 때 들었던 노래 'piano man'을 치기 시작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IDXlScvc2o&list=WL&index=27

 

반응형

Sincerely yours,
구글 상위 노출 전문 마케터
LoveCA.


 

 

궁금한 점은 댓글로 남겨주시고,

▼ 도움이 되셨다면 '하트'를 눌러주세요💕